레거시의 수리공에서, 내 삶의 설계자로: 2년 차 개발자의 성장통
매일 밤 한강 벤치에서 맥주 한 캔으로 버티던 개발자, 번아웃을 넘어 자기만의 코드를 쓰기 시작하다
멈춰버린 것 같은 시간, ‘나’라는 코드의 정체기
2년 차 개발자 **에게 찾아온 가장 큰 위기는 다름 아닌 ‘익숙함’이었다. 매일같이 쏟아지는 코드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레거시 개선 작업. 겉으로는 무탈하게 돌아가는 업무의 톱니바퀴 속에서, **은 정작 자신의 성장이 멈춰버렸다는 지독한 의심에 빠져 있었다.
“신입 사원에게 코드 리뷰를 해주는데,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. 제가 1년 전에 받았던 피드백과 똑같은 말을 제가 하고 있는 거예요. 나는 그동안 뭘 한 거지? 이 속도로 괜찮은 건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죠.”
그에게 성장의 정체기는 단순히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었다. 그것은 ‘나도 아직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내용’을 타인에게 조언해야 하는 이질감,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아진 스스로의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었다. 주변에 물어도 돌아오는 건 “다들 그래”라는 무심한 위로뿐. **은 그 문장 뒤에 숨겨진 공허함을 홀로 견뎌야 했다.
번아웃이라는 이름의 긴 터널, 그리고 한강의 벤치
성장에 대한 불안은 곧 번아웃으로 이어졌다. 의미 없는 땜질식 코드 수정에 쏟아부은 야근의 시간들. **은 사무실을 나설 때면 늘 텅 빈 껍데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.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퇴근길,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한강 벤치였다.
“새벽 퇴근길에 편의점 맥주 하나 사서 벤치에 앉아있곤 해요. 겨울에도요. 아무 생각 안 하고 강물을 보고 있으면 낮 동안 괴롭혔던 업무의 압박들이 조금은 흐려지거든요. 그 시간이 저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중립 구역이에요.”
**은 여전히 개발을 사랑하고 있었다. 낡은 코드를 뜯어고치다 어느 순간 논리가 딱 들어맞을 때 느끼는 그 찰나의 쾌감. 그 쾌감은 그를 다시 내일의 사무실로, 또다시 밤늦은 모니터 앞으로 이끄는 유일한 동력이었다. 그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매일 밤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.
'부품'에서 '설계자'로, 다시 시작되는 열정
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불안을 조각내어 마주한 **은 비로소 깨달았다. 자신이 느끼는 조급함은 정체기가 아니라, 더 나은 구조를 설계하고 싶다는 ‘창조자’의 갈망임을. 그는 이제 회사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이 아닌, 스스로 설계도를 그리는 온전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.
“거창한 건 아니에요. 그냥 제가 평소에 불편했던 걸 직접 설계해보고 싶어요. 세상에 투두 앱은 많지만, 제가 원하는 UX로 딱 맞는 건 없으니까.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만들어보는 경험, 그게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.”
성장의 답은 어디 멀리 있지 않았다.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, ‘내가 불편함을 느꼈고, 그걸 내 손으로 해결했다’는 작은 성공의 기록들을 쌓아가는 것. 그것이야말로 그가 다시 개발자로서의 자부심을 되찾는 길이었다.
지금 **의 밤은 여전히 조금은 차갑고 때로는 고단할지 모른다. 하지만 이제 그는 안다. 벤치 위에 앉아 있는 그 시간조차도 성장을 위한 휴식이며, 자신이 뱉어내는 “나도 그래”라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. **은 오늘도 자신만의 작은 앱을 구상하며, 모니터 너머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.